패키지 사업으로 5년만에 10배성장

필립물산이 그입지를 확고히 굳히게 된 실질적 원인은 바로 여기에 있었다.

'패키지 사업'

필립물산의 효자사업이다. 이 하나의 기획으로 필립물산은 수많은 의류업체와의 경쟁에서 차별화를 꾀하며 성큼성큼 그 보폭을 넓혀 나갔다.

당시만 해도 패키지라는 사용어자체가 생소했다. 또한 기존 업계에서조차 패키지 사업에 대한 인식이 아직은 미비한 상태였다. 패키지 사업을 생각하게 된 가장 큰 요인은 당시 국내 생산기지가 대부분 후진국이나 개발 도상국으로 옯겨 갔기 떄문이다. 그런 만큼 원부자재 조달이 새로운 과제로 떠올랐으며 현지 업체들은 원부자재의 품질과 납기에 대한 개념이 희박한 상태라 국내 패키지 사업은 가장 최적기를 만난 것이기도 했다. 이필재 사장은 그 시장성을 정확히 읽어냈다.

패키지 사업이란 쉽게 말해 옷을 만들 때 필요한 각종 부자재, 예를 들어 단추나 실,지퍼,라벨 등을 한 번에 모아 제품화한 것이다. 이런 경우 원단 따로,단추 따로,라벨 따로, 이렇게 주문해야만 했던 기존 의류 업계의 주문 공정을 그만큼 줄일 수 있으며 생산 단가를 더 낮출 수 있고 시간을 절약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이점이 있다.

또한 이렇게 30여가지 원자재를 한 번에 공급받기 때문에 비용절감을 넘어 납기일까지 잘 맞출 수 있는 장점이 있어 패키지 사업에 대한 이필재 사장의 확신은 거의 절대적이었다.

패키지 사업은 예상했던 대로 성공적이었다. 필립물산은 곧바로 몇 안되는 이 패키지 사업분야에서 탁월한 수완을 발휘해 업계의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첫해 30억원매출, 그 다음해는 곧바로 54억원,또 그 다음해는 90억원......

매출액은 급격히 늘어나기 시작했고 만 5년만인 1994년에 필립물산은 첫해의 10배도 넘는 350억원이라는 매출액을 달성했다.

이전 의류업계에서 갈고 닦았던 실력으로 보다  품질의 제품을 보다 싼 가격으로 공급할 수 있는 노하우를 이미 갖추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의류 원단과 각종 부자재를 패키지화하여 공급하는 방식은 기존 의류 업계의 큰 호응을 불러 일으켰다. 많은 노동력을 요하는 섬유산업에 있어 패키지 사업은 보다 조직적이며 효율적인 생산구조를 형성하도록 돕는 합리적 아이템이었다. 90년대 들어 더욱 산업이 세분화되고 전문화되면서 패키지 사업의 수익성은 의류 업계의 전반적 고전 속에서도 성장 가능성이 가장 높은 분야로 급부상했다.

1994년부터 50개 업체 중 순수 외형 패키지 부문 1위를 차지해 현재까지 그 자리를 고수하고 있는 필립물산. 매년 40%의 꾸준한 성장세에 힘입어 패키지 사업을 주도하는 선도기업으로 주목받고 있는 지금까지 필립물산은 승승장구하고 있다.

10년 만에 패키지 사업으로만 외화 3천500만 달러를 벌어들인 필립물산은 오히려 우리 나라보다 세계 시장에서 그 명성이 더 높은 편이다. 우리 나라는 물론 세계 어느 시장에 내 놓아도 손색이 없을 정도의  품질과 가격을 자랑하기에 원부자재의 80%이상이 해외로 수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패키지 부문에서 독자적인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필립물산은 1994년 '1천만 불 수출탑'을 수상하면서 일찌감치 해외로 눈을 돌려 경영을 시도한 기업이다. 이러한 이필재 사장의 경영 방식은 IMF라는 특수 상황 속에서 더욱 빛났다. 수출의 발이 묶이고 동종업계가 자금난에 허덕일 때도 필립물산의 수출은 꾸준히 상승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결과로 필립물산은 마침내 1998년 대한민국 기업체 중 각 부문별 1등 업체만 뽑는 50대 업체에 선정되는 영광을 안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