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가 옷을 입는 한 의류 시장은 무한

1989년 2월, 자본금 5천만원을 들고 필립물산의 대표 이필재 사장은 의류업계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당시를 한마디로 회고하자면 의류업을 시작하기엔 결코 호적기라 할 수 없는 시기였다.

당시는 임금인상 러시등으로 국내 섬유생산공장이 해외로 이전되기 시작한 시기였기에 이미 국내 의류 봉제업은 사양화 추세였다, 의류 업체들이 그런 국내 사정 때문에 앞다투어 중국이나 대만,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의 값싼 노동력을 찾아 나서기 시작한 것이 바로 그 즈음이다.

이필재 사장이 이런 상황에서 의류업으로 창업하겠다고 했을 때 사람들은 그 시기를 걱정하였다. 나름의 사업수완을 인정하고 있던 사람들도 굳이 국내 사정이 어려울 때 꼭 그 분야의  창업을 해야겠느냐며 좀더 추이를 지켜보기를 권했다. 그러나 이필재사장은 잠시도 일을 늦출 수가 없었다. 실패 역시 그를 키울 것이라는 진리를 가슴에 품고 어떤 환경도 두려워하지 않고 어떤 확신과 자신감도 충천해 있었다.

이필재 사장이 의류업계에 뛰어든 이유는 두가지였다.

하나는 알고 있는 지식을 적극 활용하자는 취지에서 출발했다.

1945년 서울에서 태어난 이필재 사장. 그는 1971년 연세대학교 상학과를 졸업하고 곧바로 선경그룹에 입사한다. 일하게 된 분야는 의류부문. 이필재 사장은 그렇게 창업 이전의 모든 삶을 의류와 인연을 맺고 있었던 것이다. 의류영업 생산부장에 이르기까지 16년간 다양한 실무경험을 쌓아 온 그는 일찌감치 섬유 업계전문 경영인으로서의 뛰어난 자질을 인정받고 있었다.

그에게 있어 16년은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었다. 그 시간은 한마디로 이필재 사장이 의류전반에 관한 상당한 지식을 축적하기에는 충분한 시간이었던 것이다. 그런 일련의 과정을 통해 이필재 사장의 마음에는 의류업에 대한 애정이 더욱 깊어 갔다. 그리고 이 분야에서 새로운 입지를 다지고 싶은 욕구가 자연스럽게 일어났다고 한다.

둘째는 의류시장에 대한 자신감이었다.

"인류가 태어나 지금까지 옷을 입고 삽니다. 물론 앞으로도 그럴 것이고. 아무리 국내 경기가 좋지 않다고 해도 우리의 시장은 국내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세계입니다. 결코 그 시장이 줄어들 수 없지요. 인류가 옷을 입고 사는 한 의류업의 미래는 무한하다고 봅니다."

자신이 시작할 사업에 대한 이 같은 확신이 있었기에 국내의 어떤 악조건도 그를 움츠러들게 하지는 못했다.

이필재 사장은 그렇게 쌓은 밑바탕에 대한 지식과 확신으로 자본금 5천만원에다 직원 10여명과 의류업체를 설립하게 된다. 주위에선 아마도 초반에 고전을 면치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도움을 받아 일어선다'는 회사 명칭 그대로 필립물산은 이듬해 곧바로 30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앞으로 걷게 될 탄탄대로를 암시했다.